🎬 영화 기본정보 –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2023)
-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Yorgos Lanthimos)
- 각본: 토니 맥나마라 (Tony McNamara)
- 원작: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1992년 동명 소설
- 출연: 엠마 스톤(벨라 백스터), 마크 러팔로(던컨 웨더번), 윌렘 대포(갓윈 백스터), 라미 유세프, 크리스토퍼 애벗, 제러드 카마이클 등
-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블랙 코미디, 스팀펑크 판타지
- 제작국가: 미국, 영국, 아일랜드 합작
- 상영시간: 141분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18세 이상)
- 한국 개봉일: 2024년 3월 6일
🧟♀️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쓰다
영화 <가여운 것들>은 ‘프랑켄슈타인’의 오마주처럼 보이지만, 전통적인 좀비 서사나 SF 복원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 벨라 백스터는 자살한 여성의 몸에 태아의 뇌를 이식받아 되살아난 존재로, 육체는 성인이지만 정신은 아이의 단계에서 출발합니다. 이 설정은 단순히 괴기하거나 파격적인 소재를 넘어서, 인간의 자아 형성과 자유의지를 되묻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나로 살고 있는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수렴되며, 기존의 윤리적 판단마저 낯설게 만듭니다. 영화는 빅토리아 시대라는 배경을 빌려오되, 시대적 고증보다는 상징과 환상을 결합한 독특한 비주얼로 상상의 세계를 펼쳐냅니다. 기괴하면서도 우아한 세트 디자인, 왜곡된 광각 촬영, 그리고 시계태엽처럼 작동하는 구조물들은 마치 괴짜 과학자의 꿈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통적인 시대극이 아닌, 그 시대를 배경 삼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한 셈입니다.
💃 성적 해방의 판타지, 그리고 여성 서사의 반란
<가여운 것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단지 설정의 기괴함 때문만이 아닙니다. 영화가 가장 선명하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여성의 주체성과 성적 해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벨라는 자신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 “자기 삶을 선택할 자유”를 원합니다. 그 자유의 표현은 섹슈얼리티로, 정치로, 사랑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며, 기존의 성 역할에 대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자스민처럼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여성이 아닌, 벨라는 “말하고, 선택하고, 욕망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구원받기를 기다리지 않고, 욕망을 향해 직접 뛰어드는 주체입니다. 다양한 남성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아를 탐색해 나가는 여정은 전통적인 ‘로맨스’가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성장 서사입니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러한 여성 서사를 단순히 미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벨라의 충동과 선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판단을 유보하게 합니다. 이는 관습적인 도덕 기준을 해체하고, 인물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입니다.
🔮 요르고스의 세계관과 스타일, 그 미친 몰입감
<더 페이버릿>,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해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의 영화는 늘 현실 너머의 기괴한 세계를 보여주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놀랍도록 진지하고 일관성 있게 움직입니다. <가여운 것들>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기이하면서도 논리적인 세계”를 구축해 관객을 빨아들입니다.
극도로 계산된 연출과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이는 미장센, 그리고 엠마 스톤의 과감한 연기는 영화 전체를 더욱 몰입감 있게 만듭니다. 스팀펑크의 시각적 요소와 고딕적 분위기, 그리고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블랙 코미디는 영화에 균형을 부여하며 지루함 없이 긴 러닝타임을 채웁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영화의 ‘유머’입니다. 진지함 속에 삽입된 기묘한 웃음은 인물들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을 강조하면서도, 보는 이에게 묘한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그 해방감은 곧 벨라의 성장과 연결되고, 결국 관객은 그녀가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순간에 함께 감정의 해방을 경험하게 됩니다.